믿을 수 있겠는가? 회사 가는 것이 기다려지고 회사에 있는 동안 근무시간이 얼마 안남아 아까워하게 되며 고마운 마음에 하나라도 더 배우고 그래서 기여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것. 회사에 있다 보면 감격에 겨워서 멍해질 때가 있고, 일터에서 얻을 수 있는 행복감에 이 회사를 더 발전시키고 싶은 생각이 든다는 것. 일 자체가 도전적이고 많은 것을 배워야 하지만 일하다가 사람들과 교류하면서 느끼는 기쁨으로 인해 정년까지 이곳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그래서 이런 세계를 만들어 준 창업자에게 마음으로 감사하게 되는 곳이 있다는 것. 이 모든 것이 내가 일하는 회사에서는 현실이다. 2주 남짓 지나게 되었지만, 그리고 그 중에 OT랄 것은 채 하루도 하지 않았지만, 그 짧은 시간에 이런 생각이 들어버린 마법같은 일이 일어났다. 왜 그럴까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진정성
허황된 구호나 장식된 말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법을 고민한다. 문서의 미적 감각이나 미사여구, 표현의 정제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 내용 전달에 집중한다. 발표나 회의시 필요 이상으로 프로처럼 보이려고 애써 설명을 생략하거나 발표자료의 겉만 살짝 읽고 빠르게 넘어가는 일(inch deep, mile wide)을 피한다. 진정으로 모두가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정보를 공유하는 것이 발표나 회의의 목적이다.
문제를 풀 때는, 자원을 생각하지 않은 채 무조건 최신의, 멋진, 화려한 것을 추구하거나, 모든 가능한 대안을 시간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탐색하는 일(brute-force)을 피하고 근거와 논리에 기초한 추론과 오래 쌓인 경험칙을 참고해 방향을 정해 시행착오를 최소화한다. 무슨 말을 할 때는 자신이 그 말의 뜻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알 때 한다.
분업과 전문화
한 사람이 이런 저런 잡다한 일을 하느라 본업에 집중하지 못하는 비효율과 고통과 불상사가 없다. 그러므로 자신의 본업, 나의 경우는 연구개발에 집중할 수 있다.
누구나 다 같이 하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수준으로 까지 밖에 달성되지 않을 것이므로 그런 일은 그 일을 전문으로 하는 집단에 맡긴다.
합리적인 가치 체계
사내에 정립된 몇 가지 대원칙에 근거하면 많은 문제에 대한 의사결정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다. 많은 규정을 암기하고 그걸 틀리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데 시간을 소비하지 않는다. 명목상 존재하는 규정에 얽매이고 규제를 아슬아슬하게 타서 개인의 이익만을 취하려 하지 않으며, 회사의 발전을 위해 그리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목적을 위한 가치체계에 기반해 사고한다.
사람 그리고 인사
같은 이야기를 하고 눈높이 맞는 사람들이 여럿 모여있기에 의사소통에 필요 이상의 비용이 최소화된다. 그 사람들은 끝없이 자기를 계발하고 조직 내 거의 모든 정보가 공유되며 서로의 성장을 독려한다. 겸손하나 자신의 주장을 합리적 근거를 갖고 펼치며 다른 이의 의견을 경청하며, 피드백도 성실히 빠르게 준다. 회사는 그리고 직원들은 조직 구성원을 믿는다. 그리고 회사는 그 믿음을 두터운 지원과 자율성의 부여로 보여준다. 조직 구성원은 이에 부응하기 위해 성실히 일한다. 각 자리에 맞는 사람을 뽑기 위해 철저히 검증하고 신중한 결정을 내린다. 일의 스케일이 커도 업력이 축적되어 있고 회사에 물어볼 사람도 많고 강의자료도 직접 만들어 공유한다. 직위를 맡은 사람은 그 일의 전문가이며, 경험에서 우러나온 조언을 해 줄 수 있다. "이런 걸 하면 좋을 것 같으니 알아서 해와라" 라고 하지 않으며, 현실에 발을 딛지 않고 근거가 없는 무리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입사 첫 날, 부서장이 직접(!) 맥북을 들고와 내 옆에 앉아서, 앞으로 봐야 할 수많은 문서들에 대한 링크를 내게 업무용 메신저로 날려주고, 궁금한 건 얼마든지 물어보라고 할 때의 느낌은 정말 신선했다 — 정보가 빠르게 흐르며 상위 보직자에게 질문이 가능하다!
업무지원
사내 교육 프로그램은 전문가들이 직접 강의자료를 만들고 찍는다. 그 덕분에 git/hub를 다른 일을 하다가 하루만에 배우고 실습할 수 있었다. 도커나 k8s에 대해서도 이런 식으로 빠르게 배울 수 있었다. 기타 다른 역량 향상을 위한 세부적 강의들이 많아서 배움의 목마름을 해소할 수 있던 2주일이었다.
회의 탁자 하나를 놓고 여러 단위 조직이 대기하고, 눈치게임을 벌이는 비효율이 발생하지 않도록, 다양한 규모의 회의 공간이 마련되어 있으며 온 오프라인 회의도 하이브리드로 열리는데 어려움이 없을 정도로 시스템 활용과 설정이 쉽다 — 시스템 설정용 복잡한 매뉴얼을 숙지하고도 긴장속에 주최자가 많은 과정을 시험하고 또 준비하는데 시간이 소요되는 일은 없다! 이런 것은 회사의 공개된 공간만을 보더라도 알 수 있다.
언론이나 회사 소개 페이지에 있는 내용을 소개하자면, 여느 IT 회사처럼 직원들이 일하다가 배가 고플 때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음료와 간식이 있는 캔틴이 있다. 맛있는 식빵을 토스터에 굽고, 커피메이커로 원두를 바로 내려 먹을 수 있으며, 얼음이 필요하면 아이스메이커에서 바로 뽑을 수 있다 — 누군가가 냉동칸에 있는 아이스트레이에 물을 멀리에서 담아와 얼려놓고 이를 주기적으로 얼음 상자에 옮겨놓지 않아도 된다! 배가 고프면 24시간 라면(+밥, 김치, 계란 등)을 천원에 먹을 수 있는 카카오라면(if kakao)가 있다. 춘식도락이라는 구내식당은 4가지 메뉴와 3가지 테이크아웃 메뉴를 직원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제공한다. (https://youtu.be/ASZ10SYyUb4)
첫 주 내내 꿈 속을 헤매는 것 같이 나를 지배했던 조직 자체에 대한 경탄과 감격의 비중은 점점 일상이 되어 익숙해져 가기에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놀라움이 가실 것 같을 때, 같은 주파수를 가진 사람들끼리 교감하면서 고민을 나누고 소통하고 실험하고 결과를 발전시킬때, 나의 질문을 이해하고 자신의 경험을 나눠주는 사람들을 만날때, 잔잔하고 묵직하게 감탄하며, 이는 곧 일 자체를 통한 행복으로 이어짐을 알게 되었다.
* Disclaimer: 대외에 공개된 정보만을 바탕으로 글의 내용을 구성하고자 했으나, 혹시 이 글을 조회하는 크루 중에, 공개시 민감한 정보가 있다고 생각될 경우 댓글로 제보 주시기 바란다. 즉시 수정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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